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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 이제 곧 49살 백수 예정!

babohankhoon 2024. 8. 27. 10:01

어쩌다보니 반백살에 근접한 나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뭔가 남겨보고 싶었고, 여기에 글을 남긴다고 그래서 누가 볼 것 같지 않아서 일기처럼 글을 쓰고 싶어졌다. 와이프가 알면 절대 안되는 공간인데 능력자 와이프는 또 찾을 것 같기도 하다.

 

금년까지만 일하겠다고 일주일 전에 말을 했다. 조금은 여유로운 분위기와 수직 수평 구조가 말도 안되게 섞여있었고, 업무상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거기에 나이 어린 여자동료가 난 갈구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자기는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내세워서 자기 하고 싶은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데, 더 이상 그런 말들을 듣기에 내가 너무 지쳐있었다. 자기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조차 안하겠지만 주변 사람들만 힘들어한다. 자기 때문에 3명이나 퇴사를 했음에도 아니 나까지하면 4명째인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이런 인생을 살았다고 합리화하는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이다. 일요일날 밤에 월요일날 출근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로 잠도 안오고, 이러다가는 병이 날 것 같았다.

 

결국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을 했다고 와이프한테 이야기를 하자 당장 관두고 뭘 할건지 궁금해 했고, 난 실업급여가 8개월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서 한두달은 아무생각없이 쉬고 싶다고 말만했다. 특별히 뭘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없는지라, 그냥 막연하게 쉬고 싶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 비행기 티켓을 찾아보고 있는 철없는 중년남인건가?

 

와이프도 나름 직급이 높은 여성분이신지라 최근 들어서 일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하시는데, 괜시리 미안하다.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께도 전화로 금년까지만 다닐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네가 쫓겨나는거냐? 그냥 관두는거냐?라고 물어보시고, 크게 생각은 안하시는 것 같다. 아마도 나이 먹은 자식 알아서 살겠지?라는 생각만 하시는듯 싶고, 당신에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으면 네가 뭘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제 전화를 드렸더니 내 밑에 있었던 건강보험을 바로 빼서 아버지 밑으로 넣으셨다고 한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외동딸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백수인줄 안다. 백수니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운동을 해서 몸 관리를 하고, 매일 저녁으로 뭘 먹을지 미리 자기에게 알려줬으면 한다고 나에게 말을 했다. 그래도 식구들 중 유일하게 20년간 일했으니 쉴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딸이다. 

 

친구들한테도 고민을 이야기 하자 갑자기 스벅 쿠폰을 보내준다. 전문직인 친구들을 제외하고 나와 같은 직장인들은 앞으로 몇년을 더 일할지 모르겠다고 다들 버티는 분위기인 것 같다.  

 

아직 퇴직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여러가지 생각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