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5 - 백수 186일차
결혼식이다. 결혼식 시간이 10시 30분인데 부천인지라 아침에 눈을 뜨고 부지런히 달려가야한다. 겨우겨우 출발했는데, 그나마 예식 30분 전에 도착해서 사촌 누님들한테 인사드리고 다음 달에 결혼하는 조카랑 이야기하고,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로 출발하다니 사촌 형이 돈 좀 썼나보다. 그렇게 잘사는 집이 아닌데 기둥 뿌리 몇개 해치운 것인가? 부럽다. 시작부터 아파트 매매라니 난 도대체가 외아들인데 내가 모은 돈으로 서울 변두리 구축 아파트 전세로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차이가 나는구나. 아버지는 왜 안오셨냐고 물어보는데 연락도 안했나보군. 그렇게 집안에 하면 뭘하냐! 결혼을 할 때는 아무도 연락 조차 안하는데,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안하지? 돈 빌려 달라고 할 때나 하지!
어머니랑 사이가 정말 안좋아졌던 이유 중에 하나는 과거에 우리집이 집안에서 가장 잘 살았다는 것!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서다. 말만 하면 아휴 어렵게 살았는데, 우리가 도와줬지 이 말만 하는데 지금 현실은 우리 집이 가장 어렵게 사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촌들은 당연히 부모님이 외아들인데 집 한채는 해주셨겠지?라고 말하는데 전혀 아닌데! 지금은 우리집이 가장 어려운데, 제발 어머니께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외아들 집도 못해주는데 뭘 잘사냐고 하면 얼굴이 붉게 변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난 지금 어려움이 없으니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살라고 하는데 제발 과거 이야기 좀 안했으면 좋겠다. 들을 때마다 환장하겠다. 아버지는 돈 없다고 하면서 매번 사촌들 만나면 돈을 쓰고, 용돈 주려고 하고, 아들한테는 돈 한푼 주는 것도 아까워 하면서 주지를 않는데 미치지.
이런 속사정은 내 주변 친구들은 다안다. 학교 다닐 때도 어머니가 전화해서 쌍욕을 마구 날리는데 주변 사람들이 누군데 저러냐고 할 정도였다. 정말 난 사랑은 그닥 받아보지 못하고 큰 것 같다. 졸업식에 오지도 않고, 늘 누군가와 비교하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백수가 되니 만나지도 말자고 하는게 내가 돈을 요구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렇겠지? 정말 자기만 아는 부모다. 낳았다고 부모가 아니라는 말에 난 공감한다. 어려서는 나 몰라라, 뒷집 형과 그렇게 비교를 해서 학대를 하더니 나이 먹어서는 부양을 못한다고 막말을 하고, 이제는 손녀 앞에서도 막말을 한다. 손녀가 할머니는 이상한 사람 같다고 말하는데 난 부정도 못하고 말았다. 아버지도 뭐 비슷비슷하고 집이 망할 때, 도망갈 생각만 하는 그런 분이다. 저번에 손녀 용돈 준다고 어찌나 큰소리를 치는지 한대 후려치고 싶었다. 내 교육관과 맞지 않는 그런 행동을 자기가 돈을 주는데 왜 막냐고 하는데 기분이 정말 나뻤다.
조카들 결혼식 가는게 그닥 편하지는 않다. 나보다 편하게 시작하는게 기분이 편하지는 않다. 솔직히 못사는데도 자식을 위해서 그렇게 다해주는 사촌 형들을 아버지로 둔 조카들이 부럽다.
난 퇴사하기 전까지 나름 열심히 회사 다니고 돈을 모으고 했는데, 그래봤자 지금 결혼을 시작하는 조카와 차이가 별루 없다는게 슬프다.